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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사회

제 759 호 지상파 없는 올림픽...중계권 독점에 가려진 ‘국민의 시청권’

  • 작성일 2026-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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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1542
이윤진

  지난달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이 치러지고 있는 동안 ‘중계권 논란’이 경기 내용보다 화제가 되었다. 전통적으로 올림픽 등의 주요 국제 대회를 중계해 온 지상파 3사가 빠지고 JTBC가 단독 중계하는 형태로 대회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경기를 볼 수 있는 통로가 줄자 올림픽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도도 이전보다 현저히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중계권 논란은 특정 장면에서 더욱 선명하게 드러났다. 스노보드 종목에서 활약한 최가온 선수가 금메달을 확정 짓는 순간, 일부 시청자들이 해당 장면을 실시간으로 보지 못했다는 불만이 제기된 것이다.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결선에서 최가온 선수는 1차 시기에서 입은 부상을 극복하고 마지막 3차 시기에서 기적처럼 금메달을 따냈지만, 해당 경기는 JTBC 메인 채널이 아닌 JTBC SPORTS 채널과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서만 중계됐다. 단독 중계 구조로 인해 채널 접근성 편성 선택 등의 문제가 발생했고, 그 여파가 금메달의 순간까지 이어졌다는 지적이다.


▲여자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종목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최가온 선수 (사진: 뉴시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3/0013768700)

지상파 없는 올림픽, 왜 그랬나

  이번 논란의 배경에는 중계권 계약 구조의 변화가 있다. 이전에는 ‘코리아 풀’이라고 불리는 공동 구매 체계가 있어 지상파 3사가 올림픽 중계에 관한 비용과 권리를 나눠 갖고, 국민 모두가 TV 채널을 통해 손쉽게 경기를 볼 수 있었다. 중계의 다양성이 확보되고, 보다 많은 종목을 중계할 수 있어 자연스레 올림픽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도가 높아지는 효과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그러나 JTBC는 지상파 3사의 공동 입찰 제안을 거절하고 단독으로 더 높은 금액을 부름으로써 이번 2026 동계올림픽과 2026~2032년 올림픽, 2026·2030년 FIFA 월드컵 등 대형 스포츠 이벤트의 한국 중계권을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직접 계약했다. JTBC가 단독 중계권을 확보하면서 전통적으로 유지되던 ‘코리안 풀’ 체계는 무너지게 되었고, 그 결과로 올림픽이 치러지고 있는 동안 대형 스포츠 이벤트의 공공성과 시청권이 훼손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후 JTBC는 지상파 3사와 중계권 재판매 협상을 벌였으나 끝내 결렬되었다.

  논란이 불거지자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현행 법 제도로는 민간 방송사의 단독 계약을 제한할 근거가 충분치 않다”면서도 “시청권 보장과 공적 책임 측면에서 문제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중계권이 독점되자 세계인의 축제인 올림픽이 방송사의 수익 상품으로 변질되었음에도 법적으로 규제할 마땅한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중계권 독점과 시청 접근성 축소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은 경기 결과보다 ‘어디서 볼 수 있는가’가 더 큰 화제가 됐다. JTBC의 단독 중계로 진행되면서 과거 지상파 3사(KBS·MBC·SBS)가 공동 중계하던 구조와 달리 시청 경로가 크게 줄어들었다. 네이버 플랫폼 ‘치지직’을 통한 온라인 중계가 병행됐지만, 지상파의 전국 단위 채널 노출력과 비교하면 접근성은 현저히 낮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 영향은 시청률에서도 드러난다. 직전 대회인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회식이 지상파 합산 두 자릿수에 가까운 시청률을 기록했던 것과 달리, 이번 대회 개회식은 1%대에 머물렀다. 시차로 인한 심야 중계라는 변수도 존재하지만, 지상파 미참여로 인한 사전 홍보 효과 감소와 채널 접근성 약화가 관심도 저하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실제로 “올림픽이 열리는 줄 몰랐다”는 반응이 나올 정도로 사회적 화제성이 낮았다.

  중계 종목 편성 역시 제한적으로 이뤄지면서 시청자 선택권이 줄어들었다. 일부 경기의 결정적 순간이 본 채널에서 생중계되지 못하는 상황도 발생했다. 이는 단순한 편성 문제를 넘어 시청자가 다양한 종목을 접할 기회를 구조적으로 축소시켰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는다.

  더불어 중계권 재판매 협상 결렬 이후 지상파와의 보도 갈등은 올림픽의 공공적 성격을 약화시켰다. 영상 사용 시간과 송출 방식에 대한 제약은 비중계권사의 적극적인 보도를 어렵게 했고, 책임 공방이 이어지면서 대회 자체보다 중계권 분쟁이 더 주목받는 양상이 나타났다. 결과적으로 이번 대회는 스포츠 이벤트라기보다 미디어 산업 갈등의 사례로 기억될 가능성이 크다.

▲ 2026 밀라노 코르티나 동계 올림픽 JTBC 단독중계 관련 기자 간담회 장면 (사진: https://n.news.naver.com/article/079/0004117012?sid=104)

보편적 시청권과 방송 공공성의 과제

  올림픽은 단순한 스포츠 콘텐츠를 넘어 사회 구성원이 함께 경험해 온 문화적 공공재에 가깝다. 국가대표 선수의 도전과 성취, 메달의 순간은 개인의 시청 경험을 넘어 사회 전체가 공유하는 집단적 기억으로 남는다. 그러나 거액의 중계권 비용과 방송사의 경영 전략이 우선시되면서 국민의 보편적 시청권은 후순위로 밀려났다. 특정 사업자의 독점 구조가 반복될 경우 ‘국민적 행사’로서의 올림픽 위상은 점차 약화될 수밖에 없다.

  특히 올림픽은 민간 스포츠 리그와는 성격이 다르다. 프로리그나 유료 스포츠 채널은 소비자의 선택 영역에 속하지만, 올림픽은 국가 단위의 대표성과 상징성을 지닌 국제 행사다. 국민의 세금으로 육성된 선수들이 출전하고, 국가 공동체의 이름으로 경쟁에 참여한다는 점에서 일정 수준의 공적 성격을 띤다. 이러한 행사에 대한 접근이 특정 플랫폼이나 채널에 의해 제한된다면, 이는 단순한 ‘콘텐츠 이용권’의 문제가 아니라 공적 자산에 대한 접근권의 문제로 확장된다.

   현행 제도는 방송사 간 협상을 강제할 법적 근거가 제한적이어서 중계권 문제를 사실상 시장 논리에 맡기고 있다. 그 결과 공공성은 사후적 논쟁의 대상이 된다. 동·하계 올림픽과 월드컵처럼 국민적 관심이 높은 국제 스포츠 이벤트에 대해서는 최소한의 접근권을 제도적으로 보장할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방송 산업의 수익 구조 역시 무시할 수 없지만, 공공 전파를 사용하는 방송이 사회적 공유 경험을 축소시키는 방향으로 작동한다면 이는 공공성의 후퇴로 이어질 수 있다. 2026 밀라노 동계올림픽은 단순한 시청률 하락 사례가 아니라, 공적 가치와 시장 논리 사이의 긴장이 드러난 사건이었다. 앞으로 반복될 국제 스포츠 이벤트를 위해서라도, 방송사의 이익과 국민의 시청권 사이에서 균형을 제도적으로 설계하는 논의가 필요하다.



이윤진 기자, 박찬웅 기자